[연재칼럼] 과학관이 만난 메이커 - 첫번째 주인공, 최종언 메이커
첫번째 주인공: 최종언 메이커2025년 7월 18일 📖 최종언의 전공은 기계공학이다. 사람들은 흔히 기계공학을 전공하면 누구든지 기계장치를 잘 설계하고, 만들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고 필자처럼 전공과는 무관한 길로 빠지는 사람도 많다. 내가 본 최종언은 찐 기계공학자이다. 그가 1700년대 영국에 살았다면 토머스 뉴커먼 보다 먼저 ‘증기기관’을 발명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볼 정도로 말이다. 3D프린터, 플라스틱 사출성형기 그리고 정밀한 모형까지. 그가 디자인하고 직접 만든 것들을 보면 군더더기가 없이 잘 짜여진 그야말로 제대로 만들어진 ‘기계장치’가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서울과학사에서 내어 놓은 하얀색 조밀한 모형 한 점을 바라보면 순수하면서도 세심한 그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최종언을 처음 만난 것은 2013년의 어느 날 세운상가 5층에서였다.당시 열렸던 기술 세미나에서 최종언은 자신이 직접 만든 당시에는 보기 쉽지 않았던 ‘3D프린터’라는 신기한(?) 물건을 가지고 나와 선보였다. 함께 앞에 나와 발표하는 동료의 곁에 서먹한 표정으로 서 있었지만 실제 3D프린터를 설계하고 제작한 것이 최종언이라는 것은 금방 느낄 수 있었다. 당시 영국에서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을지로 재료공구 상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제작한 것이라 말하며 그 이상한 기계장치를 작동시켰는데, 플라스틱 선이 꼽힌 노즐이 앞뒤 양옆으로 쉬지 않고 움직이며 플라스틱 모형을 완성해 나가는 모습에 참가자들이 적지 않게 놀랐던 기억이다.▲ 타이드 세미나 그로부터 얼마 후, 최종언은 함께 했던 그 동료와 함께 창업을 했다.3D 프린터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기업, ‘오픈크리에이터즈’였다. 처음 회사 사무실이 들어간 곳은 당시 ‘메이커들의 성지’였던 을지로였다. 실제 당시 을지로에는 우리나라 최초 해커스페이스가 있었는데 실험 예술가, 프리랜서 엔지니어 등이 모여 다양한 기술실험을 즐기고 있었다. 주로 주말에 쓰이던 이 공간을 새 회사의 사무실로 썼는데 멤버들을 대신해서 이 공간을 관리해주고 또 3D프린터를 기증하는 조건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이후 회사가 커져감에 따라 회사를 용산으로 옮겼고, 이곳 또한 디지털 제조 스타트업이 들어서기에 더할 나위 없이 의미가 큰 곳이라 생각한다.▲ 해커스페이스 시절 '오픈크리에이터즈' 시절, 최종언은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아몬드'라는 3D프린터 제품을 개발한다. 을지로 시절 선보였던 3D프린터가 예전 초기의 애플이 내어놓은 ‘애플1’ 모델과 같이 ‘날 것’의 느낌이 가득했었다면, ‘아몬드’는 사무실 책상 한 켠에 놓아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의 세련된 느낌이 들었다. 최종언은 ‘아몬드’ 프로젝트를 위해 회로 설계를 배워 기기에 들어가는 제어보드를 직접 개발하였고, 출력물이 놓이는 판의 기울기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오토 레벨링’ 기능 또한 개발하여 반영하였다. 그는 ‘아몬드’ 개발이 디자이너와 합을 맞추어 성과를 만들어 낸 좋은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다. 실제 당시 ‘아몬드’ 3D프린터는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디자인상인 ‘레드닷어워드’에서 수상하였다. 아쉽게도 ‘오픈크리에이터즈’는 3D프린터 시장의 과열 등의 이유로 문을 닫게 된다. 이후 최종언은 바이오 3D프린터 회사에서 약 5년 간 근무했고, 현재는 로봇가구를 만드는 회사에 몸을 담고 있다.▲ 3D프린터 아몬드 최종언은 엔지니어로서의 활동과 더불어 일종의 예술가로서의 삶 또한 살고 있다.‘서울과학사’라는 이름을 걸고 한 디자이너와 함께 서울을 나타내는 작지만 의미있는 상징물들, 리어카, 버스 정류장, 낡은 아파트 등을 자세히 관찰하여 모형 작품으로 제작해 내어놓고 있다. 또한 국내 유명 미디어아티스트들의 작품개발에 훌륭한 조력자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과학사 작품<메이커 Talk Talk>Q#1 💬 빅데이터와 AI로 대표되는 디지털기술이 세상에 가지고 온 충격은 놀랍습니다. 많은 학문분야들이 존립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구요. 이런 환경에서 메이킹은 인간에게 어떤 가치가 있을까요? A#1 🗨️ 가상세계와 물리세계의 간극을 메우는 작업이 ‘메이킹’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디지털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소프트웨어는 가상세계에서는 오점이 없이 잘 작동할지 모르겠지만 현실의 물리세계에 ‘만들어져’ 나오는 순간 가상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오류(?)들이 생기게 됩니다. 지금 제가 개발 중인 ‘로봇 가구’의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흔히들 가구라 하면 조용히 멈추어져 있는 움직임이 최소화된 시설로 생각하지만 로봇 가구의 경우, 공간의 조건에 따라 움직여야 합니다. 이 때문에 가상환경에서 3D로 잘 설계되어 만들어진 가구, 예를 들어 침대의 경우도 높이 들어올리니 ‘재료의 휘어짐’이 발생하기도 하고, 움직일 때 생각못했던 소음이 발생하기도 해서 개발에 애를 먹게 된 경험이 있습니다. 거꾸로 이런 경험이 없었다면 성공적인 제품개발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렇듯 무언가 자기가 생각한 것을 만들어 보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경험, 즉 ‘메이커로서의 경험’은 ‘AI의 시대에도 그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2 💬 ‘메이커 페어 서울’이 이제 11회째 개최를 앞두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2 🗨️ 상업성을 띤 여타 박람회와는 달리 ‘메이커 페어’는 그저 자신이 직접 만든 것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순수함으로 무장한 메이커들이 행사의 주체가 됩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밝은 얼굴로 관객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이 행사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 아닐까 싶습니다. 메이커 페어에 처음 참여하시는 관객분들도 이 점을 생각하셔서 수동적인 관람객으로 머물지 마시고, 참여한 메이커들과 그들의 작품들에 대해 주저없이 소통하시길 바랍니다. 11회 째 개최되는 ‘메이커 페어 서울 2025’가 다시 한 번 성공적으로 개최되길 빕니다! 👉칼럼 바로가기